오렌지 페코가 뭐길래? 홍차 등급의 숨은 비밀 3가지

2026-06-30 · 음식 · 읽는데 6분

홍차 캔이나 티백 포장지에 적힌 BOP, OP, FOP 같은 영문 약자,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이건 차의 품질이나 가격을 바로 알려주는 등급 표시입니다. 쉽게 말해 찻잎을 통째로 썼는지, 잘라서 썼는지, 새싹(팁)을 얼마나 포함했는지에 따라 등급이 나뉩니다. 오늘은 이 홍차 등급의 핵심인 오렌지 페코(Orange Pekoe) 가 무엇인지, 그리고 등급을 읽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홍차 등급, 왜 이렇게 복잡할까

홍차 등급은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찻잎을 분쇄했는지 여부이고, 둘째는 어떤 부위의 잎을 사용했는지입니다.

찻잎을 거의 자르지 않고 통째로 만든 것을 홀 리프 타입(Whole leaf type) 이라고 부릅니다. 이 경우 보통 '루스 리프(Loose Leaf)'라고 표기하죠. 반대로 찻잎을 잘게 부순 것을 브로큰 타입(Broken type) 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분쇄하지 않은 홀 리프가 무조건 더 좋은 차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브로큰 타입은 우려내기 쉽고 맛이 빨리 나오기 때문에 밀크티나 티백용으로 오히려 선호되기도 합니다.

홀 리프 타입은 다시 팁(Tip, 가지 끝의 새싹) 사용량과 잎의 크기에 따라 세부 등급이 나뉩니다. 팁이 많을수록 고급으로 취급하며, 골든 팁, 실버 팁, 골든 실버, 플라워리 실버 등으로 구분합니다.

오렌지 페코(OP)는 무엇을 의미할까

오렌지 페코(OP) 는 홀 리프 타입 홍차의 대표적인 등급입니다. 이름에서 오렌지(Orange)는 실제 오렌지 향이나 색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네덜란드 왕가의 이름인 '오라녜(Oranje)'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페코(Pekoe)는 중국어 '백호(白毫, 흰털)'를 영어식으로 부른 데서 왔습니다. 즉, 어린 새싹의 흰 털이 있는 찻잎을 의미하는 말이죠.

OP 등급은 팁 바로 아래에 붙어 있는 가늘고 꼬임이 있는 큰 잎으로 만듭니다. 탕색이 밝고 향이 우아한 편이라 다즐링이나 아삼 홍차에서 자주 볼 수 있습니다.

OP 아래에는 어떤 등급이 더 있을까

OP보다 아래 등급으로는 P(Pekoe), PS(Pekoe Souchong), S(Souchong) 가 있습니다. P는 OP 바로 아래 잎, PS는 그 아래, S는 가장 늙은 잎을 뜻합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잎이 거칠고 품질이 떨어집니다. PS와 S는 보통 기계로 채엽하며 가격이 저렴합니다.

반대로 OP보다 위 등급으로는 FOP(Flowery Orange Pekoe) 가 있습니다. FOP는 특유의 꽃향기가 나며, 길이 10-15mm의 팁이 많이 포함된 고급 홍차입니다. 아삼이나 다즐링티에 많이 쓰입니다.

FOP, BOP, CTC… 홍차 등급을 읽는 법

홍차 등급은 단순히 알파벳만 보면 헷갈리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여러 수식어가 앞뒤로 붙기 때문입니다.

자주 보이는 수식어와 그 의미

  • B (Broken): 찻잎을 분쇄했다는 뜻. 예: BOP(브로큰 오렌지 페코)
  • F (Finest 또는 Flowery): 최상급 또는 꽃향기가 나는 등급
  • S (Special 또는 Souchong): 특별한 등급 또는 늙은 잎
  • T (Tippy): 팁(새싹)이 많이 포함됨
  • G (Golden): 황금색 팁이 포함됨
  • 1 (First Grade Leaves): 1등급 잎

다만 이런 수식어들은 국제적으로 엄격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 다원(茶園)에서 자체적으로 홍보를 위해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참고 정도로만 보시면 됩니다.

대표적인 등급별 특징

  • FOP (Flowery Orange Pekoe): 특유의 꽃향기, 길이 10-15mm, 팁 많이 사용. 다즐링, 아삼에 많음.
  • OP (Orange Pekoe): 가늘고 꼬임 있는 큰 잎, 탕색 밝음, 인도차에 많음.
  • BOP (Broken Orange Pekoe): OP를 잘라 2-3mm 크기로 만듦, 팁 많음, 맛 부드럽고 감칠맛, 탕색 붉고 투명. 스리랑카차에 많음.
  • BOPF (Broken Orange Pekoe Fanning): BOP보다 작은 1mm 크기, 탕색과 맛이 진하고 강함. 밀크티용.
  • F (Fanning): BOP를 채로 걸렀을 때 아래로 떨어지는 작은 잎. 탕색 짙고 어두움, 떫은 맛.
  • D (Dust): 거의 가루 형태, 탕색 검고 탁함. 티백용.
  • CTC (Crush, Tear, Curl): 등급명이 아니라 제다법(찻잎 가공 방식) 을 뜻함. 기계로 찻잎을 으깨고 찢어 과립 모양으로 만듦. 인도 아삼, 케냐차에 많음.

내 입맛에 맞는 홍차 등급 고르는 법

홍차 등급을 알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차를 고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향과 맛의 섬세함을 원한다면: FOP나 OP 같은 홀 리프 타입을 선택하세요. 우려내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향이 우아하고 맛이 깔끔합니다.
  • 진하고 강한 맛을 원한다면: BOP나 BOPF 같은 브로큰 타입이 좋습니다. 빨리 우러나고 탕색이 진해 밀크티에 잘 어울립니다.
  • 티백으로 간편하게 마시고 싶다면: F(패닝)이나 D(더스트) 등급이 주로 사용됩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만 떫은맛이 강할 수 있습니다.
  • 진하고 빨리 우러나는 홍차를 원한다면: CTC 제다법으로 만든 차를 고르세요. 과립 형태라 물만 부어도 금방 우러나며, 강한 맛이 특징입니다.

TIP. 홍차 통에 적힌 등급만으로 차의 품질을 완전히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OP 등급이라도 다원(茶園)과 수확 시기, 가공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크게 달라집니다. 등급은 참고로 삼고, 직접 여러 종류를 비교해보며 자신의 입맛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Q. 오렌지 페코라는 이름에 오렌지 향이 들어간 건가요?

A. 아닙니다. 오렌지(Orange)는 네덜란드 왕가의 이름 '오라녜'에서 유래했으며, 과일 오렌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페코(Pekoe)는 어린 찻잎의 흰 털을 뜻하는 중국어 '백호'에서 왔습니다.

Q. FOP가 OP보다 무조건 비싸고 좋은가요?

A. 일반적으로 FOP는 팁(새싹)을 더 많이 포함하고 있어 고급으로 취급되지만, 꼭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차의 맛과 향은 등급 외에도 산지, 수확 시기, 가공 방식 등 여러 요소에 영향을 받습니다.

Q. CTC는 등급인가요?

A. CTC는 등급이 아니라 제다법(가공 방식)을 뜻합니다. Crush(으깨기), Tear(찢기), Curl(말기)의 약자로, 기계로 찻잎을 과립 형태로 가공합니다. 인도 아삼이나 케냐에서 많이 생산하며, 티백용으로 널리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