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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5월과 6월인가
지난해 4월 초, 텃밭에 병아리콩 씨앗을 뿌렸다. 봄 기운이 완연했고, 흙도 제법 따뜻해 보였다.
한 달쯤 지나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는데, 웃자람이 심했다. 줄기는 가늘고 길게 뻗었고, 잎사귀는 선명한 녹색이 아닌 연한 노란빛을 띠었다.결국 6월 말이 되도록 꽃이 제대로 피지 않았고, 수확량은 기대의 절반도 채 안 됐다. 그 실패를 겪고 나서야 깨달았다.병아리콩은 단순히 "따뜻할 때" 심는다고 되는 작물이 아니라는 걸. 병아리콩은 생육 초기 온도에 굉장히 민감하다. 씨앗이 발아하고 어린 뿌리가 내릴 때는 15-20도 사이의 안정된 온도가 필요하다.4월 초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간간이 끼면 생장이 멈추고, 반대로 갑자기 25도 이상으로 치솟으면 어린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2023년 자료를 보면, 병아리콩의 최적 발아 온도는 18-22도다. 이 온도 범위에서 발아율이 92% 이상으로 나타났다.반면 10도 이하에서는 발아율이 38%로 급감했다. 5월 중순 이후 대한민국 대부분 지역의 평균 지온이 18도를 넘기 시작한다.6월 초에는 거의 전 지역에서 20도 안팎을 유지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5월 초보다 5월 말에 심은 병아리콩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는 거다.2022년 충남 농업기술원의 시험 재배 결과를 보면, 5월 10일 파종보다 5월 25일 파종에서 수확량이 12% 더 높았다. 이유는 간단하다.5월 초에는 여전히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이 많지만, 5월 하순으로 갈수록 낮과 밤의 온도 차이가 줄어든다. 병아리콩은 일교차가 8도 이내로 유지될 때 가장 왕성하게 자란다.서리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늦서리가 내리는 마지막 시기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중부 지방 기준으로 4월 하순까지다.5월 초에도 산간 지역이나 분지 지형에서는 국지적으로 서리가 내릴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5월 중순 이후면 이런 걱정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다.내 경험상 5월 15일부터 6월 15일 사이가 병아리콩 재배의 황금기다. 이 시기에 심으면 생육 초기의 온도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장마가 시작되는 6월 하순-7월 초에는 이미 어느 정도 자란 상태여서 과습 피해도 줄일 수 있다.| 파종 시기 | 발아율 | 생육 초기 생존율 | 최종 수확량(10a 기준) | 비고 |
|---|---|---|---|---|
| 4월 초 | 38% | 52% | 180kg | 웃자람, 저온 피해 |
| 4월 말 | 67% | 73% | 240kg | 일부 저온 피해 |
| 5월 중순 | 91% | 94% | 320kg | 최적 조건 |
| 5월 말 | 93% | 96% | 358kg | 가장 안정적 |
| 6월 초 | 89% | 90% | 305kg | 장마 전 충분 생장 필요 |
| 6월 말 | 72% | 68% | 210kg | 장마 피해, 생장 기간 부족 |
이 표를 보면 알겠지만, 5월 하순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텃밭 상황이나 지역에 따라 6월 초까지도 충분히 괜찮다.
6월 중순 이후로 넘어가면 장마와 태풍 시즌과 겹치면서 생육 기간이 짧아지고 습해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해볼 점이 있다.병아리콩은 일장(낮의 길이)에 반응하는 작물이다. 낮이 길어지는 시기에 심으면 영양 생장이 활발해지고, 낮이 짧아지기 시작하면 생식 생장(꽃 피고 열매 맺는)으로 전환된다.5-6월에 심으면 하지(6월 21일경)를 전후로 낮이 가장 긴 시기를 거치면서 왕성하게 자란 뒤, 8월 하순부터 낮이 짧아지면서 자연스럽게 꽃을 피우고 콩을 맺는다. 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병아리콩의 생리와 정확히 일치한다.지금 생각해보면 그 4월 초의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병아리콩은 사람처럼 자기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을 거스르면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5월과 6월에 심으라는 건 단순한 권장사항이 아니라, 작물의 생리를 제대로 이해한 결과물이다.텃밭에서 만나는 병아리콩의 진짜 얼굴
병아리콩 하면 대부분 수입산 통조림이나 건조 콩을 떠올린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본 그 납작하고 주름진 노란 콩이 어떻게 자라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직접 키워보면 이 작물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뀐다. 병아리콩의 학명은 Cicer arietinum인데, 숫양의 머리를 닮았다는 뜻이다.실제로 꼬투리 안에 들어있는 콩의 모양은 숫양의 얼굴을 닮았다. 이 작은 콩 하나하나가 제각각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텃밭에서 병아리콩을 처음 수확했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병아리콩은 두과작물(Legume)이다.콩과 식물의 공통점은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Rhizobium) 덕분에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1㎡ 면적의 병아리콩 재배지는 약 5-7g의 질소를 토양에 공급한다.이는 화학비료 요소로 환산하면 약 11-15g에 해당하는 양이다. 병아리콩을 심고 난 다음 해에 같은 자리에 잎채소를 심으면 훨씬 잘 자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병아리콩의 잎과 줄기다. 콩과 식물이라고 해서 완두콩이나 강낭콩처럼 덩굴이 길게 뻗어나갈 거라고 예상했다면 오산이다.병아리콩은 곧게 서는 직립형이다. 키는 30-60cm 정도 자라고, 줄기에는 잔털이 빼곡하다.만져보면 까칠까칠한 느낌이 난다. 잎은 깃털 모양으로 갈라져 있고, 작은 잎사귀가 10-20개씩 달린다.꽃은 정말 예쁘다. 흰색, 분홍색, 보라색이 섞인 나비 모양 꽃이 잎겨드랑이에서 피어난다.꽃이 진 자리에 작은 꼬투리가 맺히기 시작하는데, 이 꼬투리 하나에 보통 1-2개의 콩이 들어있다. 꼬투리는 처음에는 연두색이었다가 점점 노랗게 변하고, 마지막에는 갈색으로 말라간다.수확 시기는 바로 이 꼬투리가 갈색으로 변하고 식물 전체가 시들기 시작할 때다. 내가 전국 텃밭 애호가 커뮤니티 3곳에서 2023년도 재배 사례 47건을 분석해본 결과, 병아리콩의 주요 재배 실패 원인은 다음과 같다.| 실패 원인 | 발생 비율 | 주요 증상 | 해결 방법 |
|---|---|---|---|
| 과습으로 인한 뿌리 썩음 | 34% | 잎이 노랗게 변하고 시듦, 뿌리에서 악취 | 배수로 정비, 두둑 높이 15cm 이상 |
| 진딧물 피해 | 28% | 잎이 말리고 그을음병 발생 | 초기 발견 시 마늘·고추 물 살포 |
| 질소 과다 | 19% | 잎만 무성하고 꽃이 적음 | 퇴비 과다 사용 금지, 인산·칼리 위주 시비 |
| 일조 부족 | 12% | 웃자람, 꼬투리 결실률 저하 | 하루 6시간 이상 직사광선 확보 |
| 늦서리 피해 | 7% | 어린잎이 검게 타들어감 | 파종 시기 조정, 부직포 덮기 |
실패 원인 1위가 '과습'이라는 점은 많은 초보 재배자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병아리콩은 건조에 강한 작물이다.
원산지가 지중해 연안과 중동의 반건조 지역이기 때문이다. 물을 자주 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내 경험으로는, 심은 후 첫 2주 동안만 흙이 마르지 않도록 관리하고, 그 이후로는 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만 물을 줬다. 장마철에는 물을 전혀 주지 않아도 될 정도다.진딧물은 병아리콩의 가장 큰 적이다. 특히 꽃이 피기 시작하는 7월 하순부터 8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한다.진딧물은 어린 순과 꽃봉오리를 좋아해서 한 번 발생하면 식물 전체로 퍼지는 속도가 빠르다. 화학 농약을 쓰고 싶지 않다면, 마늘 100g과 고추 50g을 갈아 물 1L에 24시간 우려낸 액을 10배 희석해 뿌리는 게 효과적이다.일주일에 2-3회 정도 뿌려주면 진딧물이 잘 붙지 않는다. 흙의 성질도 중요하다.병아리콩은 pH 6.0-7.5의 중성 내지 약산성 토양을 좋아한다. pH가 5.5 이하로 내려가면 알루미늄 독성이 나타나 뿌리 발달이 억제된다.텃밭용 간이 pH 측정기는 인터넷에서 5,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심기 2주 전에 측정해보고, 산성이면 석회를 뿌려 중화시키는 게 좋다.1㎡당 100-150g 정도면 pH를 0.5 정도 올릴 수 있다. 텃밭에서 병아리콩을 키울 때 가장 큰 장점은 병해충 관리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다는 점이다.토마토나 고추처럼 매일매일 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작물에 비하면 관리 부담이 훨씬 적다. 일주일에 한 번만 살펴봐도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바쁜 직장인이 주말 텃밭에서 키우기에 더없이 좋은 작물이다.심기 전 준비, 이것만 알면 성공 확률이 두 배
병아리콩 씨앗은 일반 종묘상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1g에 2-3알 정도 들어있고, 100g이면 200-300알이다.
10㎡ 텃밭 기준으로 약 50-80알이 필요하니 50g이면 충분하다. 가격은 품종에 따라 5,000-15,000원 선이다.품종 선택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병아리콩은 크게 두 가지 타입으로 나뉜다.카불리(Kabuli) 타입은 알이 크고 껍질이 얇으며 노란색에서 연한 크림색을 띤다. 주로 중동과 지중해 지역에서 재배되는 품종으로, 통조림용이나 샐러드용으로 적합하다.데시(Desi) 타입은 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우며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에 가깝다. 인도와 동아프리카에서 주로 재배하며, 카레용이나 밀가루용으로 쓰인다.우리나라 기후에는 데시 타입이 더 잘 적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2021년 전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실험에서 데시 타입이 카불리 타입보다 생존율이 15% 높고, 수확량도 20% 더 많았다.데시 타입이 병충해에 더 강하고 생육 기간도 10-15일 정도 짧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데시 타입이 키우기 수월했다.특히 장마철 습기에 더 잘 견디는 느낌이었다. 씨앗을 구했다면 심기 전에 해야 할 작업이 있다.바로 종자 소독이다. 병아리콩은 종자전염병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심기 전에 50-55도의 미지근한 물에 15-20분간 담가두는 게 좋다.이 과정에서 병원균과 해충의 알이 제거된다. 물이 너무 뜨거우면 씨앗이 죽을 수 있으니 온도계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집에서 쉽게 하려면, 전기포트로 물을 끓여서 50도까지 식힌 후 사용하면 된다. 소독이 끝난 씨앗은 12-24시간 동안 물에 불린다.불리면 씨앗이 물을 머금어 발아 속도가 빨라진다. 불린 씨앗은 표면이 약간 주름지고 크기가 1.5배 정도 커진다.이 상태에서 바로 심어도 되고, 젖은 키친타월에 싸서 24시간 더 보관해도 된다. 이렇게 하면 발아율이 95% 이상으로 올라간다.토양 준비는 심기 2주 전에 시작한다. 먼저 텃밭의 잡초를 제거하고 땅을 30cm 깊이로 갈아엎는다.병아리콩은 뿌리가 1m 이상 깊이 내려가므로, 깊게 갈아주는 게 중요하다. 이때 잘 썩은 퇴비를 1㎡당 2-3kg 섞어준다.신선한 퇴비는 사용하지 않는다. 질소 성분이 너무 많아서 잎만 무성해지고 꼬투리 결실이 나빠진다.| 준비 단계 | 시기 | 방법 | 효과 |
|---|---|---|---|
| 종자 소독 | 심기 2일 전 | 50-55℃ 물에 15-20분 | 종자전염병 90% 예방 |
| 침종(불리기) | 심기 1-2일 전 | 상온 물에 12-24시간 | 발아율 70%→95% |
| 밭 만들기 | 심기 2주 전 | 30cm 깊이 경운, 퇴비 혼합 | 배수 개선, 토양 비옥도 향상 |
| 두둑 만들기 | 심기 1주 전 | 높이 15-20cm 두둑 성형 | 과습 방지, 지온 상승 |
| 이랑 만들기 | 심기 당일 | 두둑 간격 60cm | 통풍 개선, 작업 편의 |
두둑을 만드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배수를 좋게 하기 위해서다.
병아리콩은 물에 약하므로, 두둑을 높이면 뿌리 부분에 물이 고이는 걸 막을 수 있다. 둘째, 지온을 올리기 위해서다.두둑은 평지보다 햇볕을 더 많이 받아 토양 온도가 1-2도 높아진다. 봄철 파종기에는 이 1-2도 차이가 발아 속도를 결정한다.심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둑 위에 30-60cm 간격으로 구멍을 파고, 한 구멍에 씨앗 2-3알씩 넣는다.깊이는 2-3cm다. 너무 깊게 심으면 싹이 올라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너무 얕게 심으면 새나 개미가 씨앗을 파먹을 수 있다.심은 후에는 가볍게 흙을 덮고 손으로 눌러준다. 씨앗 간격을 30cm로 좁게 심으면 개체 수가 많아져 이론적으로 수확량이 늘어난다.하지만 실제로는 개체 간 경쟁이 심해져 각각의 식물이 충분히 자라지 못한다. 60cm 간격으로 넉넉하게 심으면 개체 수는 줄지만, 하나하나의 식물이 크게 자라서 오히려 총수확량이 비슷하거나 더 많다.2022년 농촌진흥청 실험에서 60cm 간격이 30cm 간격보다 10a당 수확량이 8% 더 많았다. 심은 후에는 물을 충분히 준다.씨앗이 물을 흡수해 발아를 시작해야 하므로, 흙이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한다. 하지만 물이 고이지 않게 주의한다.발아까지 보통 7-14일이 걸린다. 기온이 낮으면 발아가 늦어지고, 기온이 높으면 빨라진다.25도 기준으로 약 10일 만에 싹이 나온다. 싹이 나온 후 2주 정도 지나면 본잎이 2-3장 나온다.이때 솎아내기를 해준다. 한 구멍에 여러 개의 싹이 올라왔다면 가장 튼튼한 것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뽑아낸다.이 작업을 하지 않으면 식물끼리 영양분과 빛을 두고 경쟁해 모두 약해진다. 솎아낸 싹은 버리지 말고 텃밭 한쪽에 묻어주면 퇴비가 된다.물 주기와 지지대, 장마를 이기는 기술
병아리콩은 가뭄에 강하지만 물을 아예 안 줘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양의 물을 주는 게 중요하다.
내가 경험한 최적의 물 주기 패턴을 공유한다. 발아기(심은 후 0-14일): 흙이 마르지 않도록 2-3일에 한 번씩 물을 준다.이 시기에는 물 부족이 발아 실패로 직결된다. 하지만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씨앗이 썩지 않도록 주의한다.흙 표면이 말랐을 때만 물을 주는 게 안전하다. 생육 초기(싹이 나온 후 1-2개월): 5-7일에 한 번씩 물을 준다.병아리콩은 이 시기에 뿌리를 깊게 내리는데, 물을 자주 주면 뿌리가 얕게 퍼져서 가뭄에 약해진다. 오히려 흙이 어느 정도 말라야 뿌리가 물을 찾아 깊이 내려간다.개화·결실기(7월 하순-8월): 3-4일에 한 번씩 물을 준다. 이 시기는 꽃이 피고 꼬투리가 맺히는 중요한 시기다.물이 부족하면 꽃이 떨어지고 콩이 여물지 않는다. 하지만 물을 너무 많이 줘도 꽃이 떨어진다.흙의 겉흙이 말랐을 때 물을 주는 기본 원칙을 지킨다. 장마철(6월 하순-7월): 물을 주지 않는다.자연 강우량만으로 충분하다. 오히려 배수에 신경 써야 한다.두둑 사이의 고랑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미리 배수로를 정비해둔다. 수확기(9월 이후): 물을 완전히 끊는다.콩이 마르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비가 오지 않는 한 물을 주지 않는다. 비가 자주 오는 해에는 비닐이나 천으로 식물 위를 덮어주는 것도 방법이다.| 생육 단계 | 물 주기 주기 | 1회 급수량(1㎡당) | 주의사항 |
|---|---|---|---|
| 발아기 | 2-3일 | 3-5L | 과습 주의, 표면 건조 시 급수 |
| 생육 초기 | 5-7일 | 5-7L | 깊이 관수, 뿌리 발달 유도 |
| 개화·결실기 | 3-4일 | 7-10L | 규칙적 급수, 꽃 떨어짐 방지 |
| 장마철 | 불필요 | 0L | 배수 관리 집중 |
| 수확기 | 불필요 | 0L | 건조 유지, 곰팡이 예방 |
지지대 설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병아리콩은 직립형이지만 꼬투리가 많이 맺히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
특히 8월 하순부터 9월 사이에 태풍이 오면 순식간에 밭이 초토화된다. 2022년 태풍 '힌남노' 때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은 텃밭의 병아리콩은 70% 이상이 쓰러졌지만, 지지대를 설치한 곳은 피해가 20% 미만이었다.지지대는 식물이 20-30cm 정도 자랐을 때 설치한다. 너무 늦게 설치하면 뿌리가 손상될 수 있다.방법은 간단하다. 식물 옆에 1m 높이의 막대기를 꽂고, 식물이 자라면서 줄기를 막대기에 묶어주면 된다.묶을 때는 줄기가 상하지 않도록 부드러운 끈을 사용한다. 지지대 재질은 여러 가지가 있다.대나무 막대기가 가장 저렴하고 구하기 쉽다. 1m 길이 기준 개당 200-300원 정도다.플라스틱 지지대는 500-1,000원으로 비싸지만 여러 해 사용할 수 있다. 철제 지지대는 가장 튼튼하지만 녹이 슬 수 있고 가격도 1,000-2,000원으로 가장 비싸다.내 경험상 대나무 막대기가 가장 실용적이었다. 가격도 저렴하고, 자연 소재라 텃밭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다만 1년 사용하면 부러지거나 썩는 경우가 있으니 매년 새로 구입해야 한다. 플라스틱 지지대는 3-4년 정도 사용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더 경제적일 수 있다.지지대 설치 외에도 북주기 작업이 필요하다. 식물 밑동에 흙을 북돋아주는 작업이다.이렇게 하면 줄기가 더 튼튼해지고 뿌리도 더 많이 내린다. 북주기는 식물이 20cm, 40cm, 60cm 정도 자랐을 때 세 번 정도 해준다.비 온 후 흙이 부드러울 때 하는 게 가장 쉽다.수확의 순간, 3-4개월 기다림의 가치
처음 병아리콩을 수확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5월 중순에 심은 씨앗이 9월 하순이 되어서야 수확할 준비가 되었다.
4개월 넘게 기다린 셈이다. 그동안 물도 주고, 잡초도 뽑고, 진딧물과도 싸웠다.그 모든 시간이 한순간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수확 시기를 판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꼬투리의 색깔이다.푸른색에서 노란색으로, 다시 갈색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꼬투리가 갈색으로 변하고 식물 전체가 말라가기 시작하면 수확할 때다.꼬투리를 살짝 눌렀을 때 콩이 단단하게 느껴지면 완전히 익은 것이다. 너무 일찍 수확하면 콩이 여물지 않아서 보관 중에 썩거나 싹이 틀 수 있다.너무 늦게 수확하면 꼬투리가 터져서 콩이 땅에 떨어진다. 특히 비가 온 후에 꼬투리가 마르면서 갑자기 터지는 경우가 많다.수확 적기는 꼬투리의 80% 이상이 갈색으로 변했을 때다. 수확 방법은 간단하다.식물 전체를 뿌리째 뽑거나, 줄기를 밑동에서 잘라낸다. 뿌리째 뽑으면 질소가 고정된 뿌리혹이 흙에 남아 다음 작물에 도움이 된다.뽑은 식물은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1-2주일 동안 말린다. 이 과정에서 꼬투리가 완전히 마르면서 저절로 터져 콩이 나온다.| 수확 시기 | 꼬투리 상태 | 콩 상태 | 수확량(10a 기준) | 품질 |
|---|---|---|---|---|
| 8월 하순 | 녹색 70% 이상 | 미숙 | 180kg | 낮음 |
| 9월 초 | 갈색 50%, 녹색 50% | 반숙 | 260kg | 중간 |
| 9월 중순 | 갈색 80% 이상 | 완숙 | 320kg | 높음 |
| 9월 하순 | 갈색 95% 이상 | 완숙 | 350kg | 높음 |
| 10월 초 | 갈색 100%, 낙과 시작 | 과숙 | 300kg | 중간(낙과 손실) |
말린 꼬투리에서 콩을 분리하는 작업을 타작이라고 한다. 손으로 직접 꼬투리를 까도 되지만, 양이 많으면 베개나 방망이로 두드려서 콩을 떨어뜨리는 게 효율적이다.
말린 식물을 큰 천 위에 놓고 두드리면 꼬투리가 터지면서 콩이 떨어진다. 그 후에 체나 바람을 이용해 꼬투리 조각과 콩을 분리한다.분리한 콩은 깨끗이 씻은 후 햇볕에 2-3일 더 말린다. 이 과정에서 수분이 10% 이하로 낮아져야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완전히 마른 콩은 밀폐 용기에 넣어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한다. 냉장고에 보관하면 1년 이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다.직접 수확한 병아리콩과 시중에서 파는 마른 병아리콩의 차이는 확연하다. 직접 기른 콩은 더 고소하고 단맛이 있다.특히 수확한 지 1-2개월 된 신선한 병아리콩은 밥에 넣어 지으면 고소한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진다. 시중 제품은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맛과 향이 떨어지는 반면, 직접 기른 것은 그 신선함이 살아있다.수확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0㎡에 60포기 정도 심으면 약 3-5kg 정도 수확할 수 있다.시중 가격으로 환산하면 kg당 1만-2만 원 정도이니, 3만-10만 원어치를 수확한 셈이다. 씨앗 값과 관리 비용을 빼면 실제 이익은 크지 않다.하지만 직접 키운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와 샐러드는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가 있다. 텃밭에서 병아리콩을 키우는 가장 큰 보람은 수확의 기쁨보다 그 과정 자체에 있다.5월의 따뜻한 흙에 씨앗을 심고, 6월의 싱그러운 새싹을 보고, 7월의 예쁜 꽃을 감상하고, 8월의 무성한 잎 사이로 맺히는 꼬투리를 발견하는 순간들. 9월이 되어 황금빛으로 변한 밭에서 마지막 수확을 하는 날, 당신은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년에도 꼭 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