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남긴 유산 계획, 법이 인정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지 않은 유언은 효력이 없습니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겠다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했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유언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 제1060조는 유언의 방식을 자필증서, 비밀증서, 공정증서, 녹음, 구수증서 다섯 가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으면 유언은 무효이고, 재산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뉩니다.
유언은 상대방이 있는 계약이 아니라 유언자 혼자서 완성하는 단독행위입니다. 그래서 본인의 독립한 의사로 해야 하고, 사망과 동시에 효력이 생깁니다. 문제는 이 단독행위에 민법이 유난히 까다로운 형식을 요구한다는 점입니다. 형식을 하나라도 빠뜨리면 유언자의 진짜 뜻과 똑같더라도 법은 무효로 봅니다.
자필증서 유언, 다섯 가지 요건을 빠뜨리면 무효
가장 흔히 쓰이는 방식이 자필증서입니다. 민법 제1066조는 유언자가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날인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섯 가지가 모두 갖춰져야 합니다.

- 전문을 유언자 본인이 직접 손으로 쓸 것
- 연월일을 연·월·일까지 전부 기재할 것
- 주소를 정확하게 기재할 것
- 성명을 본인 필체로 쓸 것
- 날인할 것
전문 자필 원칙은 생각보다 엄격합니다. 본문은 손으로 쓰고 재산목록만 컴퓨터로 정리한 유언장에서, 법원은 재산목록을 핵심 부분으로 보아 유언장 전체를 무효로 판단했습니다(유언무효확인청구소송 2020나2021150). 민법 제137조에 따라 법률행위 일부가 무효면 전부가 무효가 되기 때문입니다. 자필 유언장을 복사한 것도 효력이 없습니다(제주지법 2008. 4. 23. 선고 2007가단22957 판결).
날짜와 주소의 흠결도 치명적입니다. '2020년 1월'처럼 연월만 적고 날짜를 빠뜨리면 무효이고(대법원 2009.5.14. 선고 2009다9768 판결), 주소를 동까지만 쓰거나 실제 주소와 다르게 적어도 무효입니다(대구고등법원 2016. 6. 1. 선고 2015나22565 판결). 성명 옆에 사인만 하고 도장을 찍지 않은 유언장 역시 민법상 날인으로 보지 않아 무효입니다.
공정증서 유언이 가장 확실하지만 증인 자격을 따져야 하는 이유
이론적으로 가장 정확한 방식은 공정증서입니다. 민법 제1068조에 따르면 증인 2인이 참여한 공증인 앞에서 유언 취지를 구수하고, 공증인이 필기·낭독해 유언자와 증인이 정확함을 승인한 뒤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합니다. 공증인이 작성하고 사무소에 보관하므로 변조·위조 우려가 없어, 민법 제1091조 제2항에 따라 검인 절차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증인 자격에서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언 공증의 증인은 민법 제1072조뿐 아니라 공증인법 제33조상 결격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공증사무실 직원 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 공증인법 제33조상 결격사유가 있는 증인도 촉탁인이 참여를 청구하면 참여할 수 있지만, 그 청구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공증 유언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공정증서 유언은 서명 또는 기명날인만 요구하지만, 공증인법 제38조는 공증인과 참석자의 서명날인을 요구합니다. 나중의 다툼을 줄이려면 유언자, 공증인, 증인 모두 서명날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녹음·비밀증서·구수증서, 각 방식의 필수 조건
녹음 유언은 민법 제1067조에 따라 유언자가 취지와 성명, 연월일을 구술하고 참여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성명을 구술해야 합니다. 동영상 촬영도 녹음의 한 종류이며, 요건을 하나라도 빠뜨리면 무효입니다. 날짜를 연월만 말하고 정확한 일자를 말하지 않으면 효력이 없습니다. 성대모사 등 위조 가능성 때문에 법적 의무는 아니지만 단순 녹음보다 영상 녹화가 낫습니다.
비밀증서 유언은 내용을 비밀로 두고 싶을 때 씁니다. 유언 취지와 필자 성명을 적은 증서를 작성해 엄봉·날인하고, 결격사유 없는 증인 2명 이상 앞에서 봉서를 제출해 자기 유언장임을 표시합니다. 봉서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적고 유언자와 증인이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뒤, 그날부터 5일 이내에 공증인이나 법원서기에게 제출해 확정일자인을 받아야 합니다. 방식에 흠결이 있어도 그 증서가 자필증서 요건에 맞으면 자필증서 유언으로 봅니다(민법 제1071조).
구수증서 유언은 질병 등 급박한 사유로 다른 방식을 쓸 수 없을 때만 가능합니다. 자필·녹음·공정증서·비밀증서 유언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이 방식을 쓸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9. 9. 3. 선고 98다17800 판결). 증인 2명 이상이 참여해 증인 1명에게 취지를 구수하고, 구수를 받은 사람이 필기·낭독합니다. 급박한 사정이 끝난 날부터 7일 이내에 가정법원에 검인을 신청해야 합니다.
유언 방식별 요건 비교

| 구분 | 핵심 요건 |
|---|---|
| 자필증서 | 전문 자필·날인 |
| 공정증서 | 증인 2인·공증인 |
| 녹음 | 취지·성명·연월일 구술 |
| 비밀증서 | 증인 2인·5일 내 제출 |
| 구수증서 | 급박한 사유·7일 내 검인 |
검인은 효력 요건이 아니라 집행 절차
검인은 유언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대법원 1998. 6. 12. 선고 97다38510 판결). 다만 공정증서 유언을 뺀 나머지 방식은 유언 집행을 위해 검인 절차를 거쳐야 하고, 검인 신청은 유언자의 사망신고 후에 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검인 신청서를 작성하고 송달과 기일을 거쳐 법정 심리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유언 집행까지 수개월이 걸릴 수 있습니다. 상속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고 싶다면 공증 절차를 미리 밟아두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유언장을 준비한다면
자필로 남기기로 했다면 종이와 펜을 준비해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씁니다. 날짜는 연·월·일을 모두 적고, 주소는 등기부상 주소와 같게 씁니다. 이름을 쓰고 도장을 찍은 뒤에는 복사본이 아니라 원본을 안전한 곳에 보관합니다.
공정증서로 하기로 했다면 공증사무소에 미리 증인 2명을 누구로 세울지 상의합니다. 상속인이나 그 배우자처럼 결격사유에 걸릴 사람은 피해야 합니다. 공증 당일에는 유언 취지를 직접 말로 전달하고, 필기·낭독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 뒤 서명과 날인을 모두 합니다.
녹음이나 영상으로 남긴다면 촬영 시작부터 취지, 성명, 연·월·일을 모두 육성으로 말합니다. 증인에게 정확함과 성명을 말하게 하는 부분도 빼먹지 않습니다. 촬영 후에는 원본 파일을 그대로 보관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평소 자녀에게 재산을 주겠다고 말해두면 유언으로 인정되나요?
인정되지 않습니다. 민법이 정한 다섯 가지 방식 중 어느 것도 갖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재산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상속인에게 귀속됩니다(민법 제997조, 제1000조, 제1003조).
Q. 유언장을 컴퓨터로 작성하고 서명만 하면 되나요?
자필증서 방식으로는 효력이 없습니다. 전문을 직접 손으로 써야 하고, 일부를 컴퓨터로 작성한 경우에도 핵심 부분이면 유언장 전체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Q. 검인을 받지 않으면 유언이 무효가 되나요?
검인 여부는 유언의 효력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공정증서 유언을 제외한 방식은 집행을 위해 검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Q. 공증 유언의 증인은 아무나 될 수 있나요?
민법 제1072조와 공증인법 제33조의 결격사유에 모두 해당하지 않아야 합니다. 공증사무실 직원 등은 증인이 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