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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동네 마트에 갔더니 벌써 배추 모종을 팔고 있더군요. 3월 중순인데 말이죠.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에휴, 너무 일렀네" 하시면서 고개를 저으시더라고요.
저도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배추 심는 시기, 이게 생각보다 까다롭거든요.우리나라에서 배추는 크게 두 번 심습니다. 봄에 심어서 초여름에 수확하는 봄배추, 그리고 늦여름에 심어서 김장철에 수확하는 가을배추. 그런데 이 두 배추, 이름만 다를 뿐 아니라 재배법 자체가 완전히 달라요.농촌진흥청 자료를 보면 봄배추 재배면적은 전체 배추 재배면적의 약 15-20% 정도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80% 이상이 가을배추라는 거죠. 그만큼 가을배추가 우리 밥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뜻입니다.하지만 봄배추도 무시할 수 없어요. 5월에서 6월 사이, 속이 꽉 찬 아삭한 봄배추로 만든 겉절이 맛은 정말 일품이거든요.문제는 봄배추가 가을배추보다 훨씬 민감하다는 점입니다. 온도, 물주기, 거름 주는 타이밍, 모든 게 다 달라요.봄배추 심는 시기, 지역별로 이렇게 다릅니다
봄배추는 말 그대로 '봄에 심는 배추'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봄이니까 3월 초에 심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냉해로 모종이 다 망가지는 경험을 하고 나서야 제대로 알게 됐어요.봄배추의 핵심은 저온과 고온을 모두 피하는 것입니다. 배추는 생육 초기에 10도 이하의 저온에 오래 노출되면 꽃대가 올라와 버립니다.전문 용어로 '추대'라고 하는데, 이게 발생하면 배추가 제 속을 채우지 못하고 꽃만 피우게 돼요. 반대로 생육 후반에 25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배추가 단단하게 여물지 않고 무른 상태가 됩니다.농촌진흥청 표준영농교본에 따르면, 봄배추의 정식 시기는 지역별로 다음과 같이 차이가 납니다:| 지역 | 정식 시기 | 수확 시기 | 주요 재배 품종 |
|---|---|---|---|
| 남부(전남, 경남) | 3월 하순-4월 초순 | 5월 하순-6월 중순 | 춘광, 봄황 |
| 중부(충청, 경기) | 4월 초순-4월 중순 | 6월 초순-6월 하순 | 봄황, 알찬봄 |
| 강원(고랭지) | 4월 중순-4월 하순 | 6월 중순-7월 초순 | 고냉지봄, 춘광 |
제가 살고 있는 경기도 기준으로 보통 4월 5일 전후가 가장 안전한 정식 시기입니다. 3월 말에 심어도 가능하긴 한데, 이때는 밤낮의 기온 차가 너무 심해서 모종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실제로 2023년 3월 말에 심었던 배추는 4월 초 갑작스러운 한파로 절반이 망가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후로는 4월 5일 이후로 심는 걸로 정했어요.봄배추 모종을 고를 때 주의할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모종은 본잎이 4-5장 정도 나온 것을 골라야 합니다.너무 어린 모종은 저항력이 약하고, 너무 큰 모종은 뿌리가 상해서 활착률이 떨어져요. 가격은 보통 10-20주 한판에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입니다.대형 마트보다는 동네 종묘사나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파는 모종이 더 싱싱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말이죠, 봄배추를 심을 때 알아둬야 할 게 하나 더 있습니다.바로 '파종부터 직접 키울 것인가, 모종을 살 것인가'의 문제예요. 저는 직접 파종하는 걸 추천하지 않습니다.이유는 봄배추의 생육 기간이 생각보다 짧기 때문이에요. 파종부터 수확까지 대략 70-80일 정도인데, 씨앗에서 싹이 트고 본잎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시간이 너무 지체됩니다.모종을 사서 심으면 50-60일이면 수확이 가능해요. 시간 대비 효율을 생각한다면 모종 구매가 훨씬 낫습니다.가을배추 재배법, 이렇게만 하면 김장 성공
제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바로 가을배추입니다. 5년째 같은 방법으로 재배하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들께 "네 배추가 왜 이렇게 잘 크냐"는 칭찬을 자주 들어요.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가을배추는 기다려주는 재배라는 점을 명심하는 거예요.가을배추는 봄배추와 달리 생육 기간이 깁니다. 정식부터 수확까지 보통 80-100일 정도 걸려요.김장을 11월 중순에서 하순에 한다고 가정하면, 8월 중순에서 9월 초 사이에 심는 게 일반적입니다. 농촌진흥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가을배추 정식 시기는 8월 20일부터 9월 5일 사이에 집중되어 있어요.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가을배추는 더위와 가뭄을 동시에 견뎌야 한다는 점이에요.8월 말 심으면 초기에는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고, 그러다가 9월 중순부터는 쌀쌀해지기 시작합니다. 이 급격한 환경 변화를 잘 견디게 해주는 게 재배의 핵심입니다.제가 사용하는 방법을 공개하자면, 첫째로 두둑을 높게 만듭니다. 보통 20-30cm 높이로 두둑을 만들고, 그 위에 검정 비닐을 멀칭합니다. 검정 비닐은 잡초를 막아줄 뿐 아니라 땅속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 줘요.8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뿌리가 과열되는 걸 막아주고, 10월 이후 기온이 떨어질 때는 땅속 온도를 보온해 줍니다. 둘째로, 품종 선택이 정말 중요합니다. 가을배추 품종은 크게 '조생종'과 '만생종'으로 나뉘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만생종을 추천합니다.대표적인 만생종으로는 '노랑배추', '황금배추'가 있고, 조생종으로는 '장성배추', '청경배추'가 있어요. 만생종은 속이 꽉 차고 단맛이 강해서 김치로 담갔을 때 아삭함이 오래 갑니다.조생종은 빨리 자라긴 하지만 저장성이 떨어져요.| 품종 구분 | 대표 품종 | 정식-수확 기간 | 특징 | 적합 용도 |
|---|---|---|---|---|
| 조생종 | 장성, 청경 | 65-75일 | 속차기 빠름, 저장성 약함 | 초겨울 김치, 겉절이 |
| 중생종 | 춘추, 선농 | 75-85일 | 균형 잡힌 특성 | 일반 가정용 |
| 만생종 | 노랑, 황금 | 85-100일 | 속 단단, 저장성 우수 | 김장용, 장기 저장 |
가격적인 측면에서 보면, 만생종 모종이 조생종보다 약간 비쌉니다. 보통 10-20주 한 판 기준으로 조생종은 3,000-4,000원, 만생종은 4,000-5,000원 정도 해요.
하지만 김장을 한다면 만생종을 고르는 게 장기적으로 훨씬 이득입니다. 같은 가격에 사도 수확량이 10-20% 더 많고, 저장 기간도 두 배 이상 길거든요.가을배추 재배에서 또 하나 중요한 건 웃거름 주는 시기입니다. 많은 분들이 "배추는 거름을 많이 줘야 잘 자란다"고 생각하시는데,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에요.정식 후 15-20일 정도 지나면 첫 번째 웃거름을 줍니다. 이때는 질소 성분이 많은 복합비료를 사용합니다.그런데 두 번째 웃거름은 결구가 시작되는 시점(정식 후 40-50일)에 줘야 해요. 이 시기를 놓치면 배추가 제 속을 채우지 못합니다.반대로 너무 늦게 주면 배추가 무르거나 병에 걸리기 쉬워져요.물주기, 봄과 가을이 확실히 다릅니다
배추는 90%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작물이죠. 그런데 봄배추와 가을배추, 물 주는 패턴이 완전히 달라요.
이걸 모르고 똑같이 물을 줬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봄배추 물주기의 핵심은 '점진적 증가' 입니다.봄배추를 심는 3-4월은 아직 기온이 낮고, 땅속 수분 증발량도 적습니다. 이 시기에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거나 생육이 지연됩니다.농촌진흥청 시험 결과에 따르면, 봄배추 정식 직후에는 2-3일에 한 번, 주당 10리터(약 1말) 정도가 적당합니다. 이후 기온이 오르면서 점차 물주기 횟수를 늘려가는데, 결구기(속이 차는 시기)에는 하루에 한 번, 주당 20리터 정도로 늘려줍니다.반면 가을배추는 초기에 집중적으로 물을 줘야 합니다. 8월 말에서 9월 초,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시기에는 하루에 두 번씩 물을 줘야 할 때도 있어요. 제 경험상 가을배추 정식 후 첫 2주가 가장 중요합니다.이 시기에 물이 부족하면 모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이후 성장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말에 심은 가을배추를 두고 실험을 해봤습니다.한쪽은 하루 한 번만 물을 주고, 다른 쪽은 아침·저녁으로 두 번 줬어요. 결과는 확연히 달랐습니다.두 번 준 배추는 수확량이 30% 이상 많았고, 배추 속도 더 단단하게 찼습니다. 다만, 두 번 줄 때는 한 번에 주는 양을 절반으로 줄여서 과습을 방지해야 합니다.| 구분 | 봄배추 | 가을배추 |
|---|---|---|
| 정식 직후 물주기 | 2-3일 1회, 주당 10L | 1일 1-2회, 주당 15-20L |
| 생육 중기 | 2일 1회, 주당 15L | 2일 1회, 주당 12-15L |
| 결구기 | 1일 1회, 주당 20L | 2-3일 1회, 주당 10-12L |
| 수확 2주 전 | 물주기 중단 | 물주기 중단 |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물 주는 시간입니다.
봄배추는 오전에 물을 주는 게 좋습니다. 햇볕이 강해지기 전인 오전 7-9시 사이에 주면 낮 동안 증발하면서 과습을 막아줘요.가을배추는 초기에는 오전·오후 두 번 주되, 9월 중순 이후부터는 오전에만 주는 걸로 전환합니다. 물을 저녁에 주면 밤사이 습도가 높아져 곰팡이 병이 생길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 수확 2주 전부터는 물주기를 완전히 중단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물을 주면 배추 속에 수분이 많아져서 김장했을 때 물러지거나, 저장 중에 썩을 확률이 높아집니다.전문 농가에서는 이 기간을 '건조기'라고 부르는데, 이 기간 동안 배추는 수분 함량을 조절하고 당도를 높여 맛이 더 좋아집니다.거름주기, 타이밍이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배추 재배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게 바로 '거름'에 관한 것입니다. "무슨 비료를 써야 하냐", "얼마나 줘야 하냐", "언제 줘야 하냐" 등등. 저도 처음에는 이 부분 때문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지금은 몇 가지 원칙을 정해두고 따르고 있어요. 먼저 밑거름입니다.배추를 심기 전에 밭에 미리 뿌려주는 거름이죠. 봄배추와 가을배추 모두 밑거름은 비슷합니다. 10평(약 33㎡) 기준으로 퇴비 40kg, 복합비료 3kg, 석회 2kg 정도를 사용합니다.퇴비는 심기 2주 전에 뿌리고, 석회는 1주 전에 뿌려서 흙과 잘 섞어줍니다. 문제는 웃거름입니다.여기서 봄배추와 가을배추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요. 봄배추는 생육 기간이 짧기 때문에 웃거름을 한 번만 줘도 됩니다.정식 후 20-25일경에 복합비료를 1평당 50g 정도 주면 끝입니다. 반면 가을배추는 웃거름을 두 번 줘야 합니다.가을배추 웃거름의 첫 번째 시기는 정식 후 15-20일입니다. 이때는 질소 성분이 많은 요소비료나 복합비료를 사용합니다.1평당 40-50g 정도를 배추 사이사이에 뿌려주고, 흙을 살짝 덮어줍니다. 두 번째 웃거름은 결구가 시작되는 정식 후 40-50일경에 줍니다.이때는 질소보다는 칼리 성분이 많은 비료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칼리는 배추 속을 단단하게 하고 저장성을 높여줘요.| 구분 | 봄배추 웃거름 | 가을배추 웃거름 |
|---|---|---|
| 1차 시기 | 정식 후 20-25일 | 정식 후 15-20일 |
| 1차 비료 종류 | 복합비료(N-P-K 21-17-17) | 요소비료(N 46%) 또는 복합비료 |
| 1차 사용량 | 1평당 50g | 1평당 40-50g |
| 2차 시기 | 불필요 | 정식 후 40-50일 |
| 2차 비료 종류 | - | 칼리비료(K 50%) 또는 복합비료 |
| 2차 사용량 | - | 1평당 30-40g |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액비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가을배추 재배할 때 웃거름 대신 직접 발효시킨 쌀뜨물 액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쌀뜨물을 2-3일 발효시킨 후 물과 1:10 비율로 희석해서 10일에 한 번씩 뿌려주면 배추가 엄청나게 잘 자랍니다. 화학비료보다 효과가 더 좋다고 느껴질 정도예요.다만, 액비를 사용할 때는 흙이 너무 젖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액비 자체에 수분이 많아서 과습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거름을 줄 때 또 하나 중요한 건 날씨입니다. 비가 온 다음 날이나 흙이 촉촉할 때 거름을 주면 영양분이 더 잘 흡수됩니다.반대로 흙이 바짝 마른 상태에서 거름을 주면 비료 성분이 제대로 녹지 않아 효과가 떨어져요. 특히 가을배추는 10월 이후 기온이 내려가면서 비료의 흡수율이 떨어지므로, 비가 온 후에 거름을 주는 게 효과적입니다.마지막으로, 배추 재배에서 가장 흔히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질소비료 과다 사용입니다. 질소를 너무 많이 주면 배추 잎이 무성하게 자라기는 하는데, 정작 속은 차지 않고 겉잎만 무성해져요.게다가 병충해에도 약해집니다. 특히 가을배추의 경우 두 번째 웃거름 이후에는 질소 비료 사용을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이 시기에는 인산과 칼리가 주성분인 비료를 선택하세요.봄배추와 가을배추, 최종 비교와 선택 기준
지금까지 봄배추와 가을배추의 심는 시기, 재배법, 물주기, 거름주기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실제로 여러분이 어떤 배추를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드리겠습니다.
봄배추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5-6월에 신선한 배추로 겉절이나 쌈을 즐기고 싶다
- 재배 기간이 짧아서 빠르게 수확하고 싶다
- 초보자라서 비교적 관리가 쉬운 작물을 원한다
가을배추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
- 김장을 직접 담그려고 한다
- 장기 보관할 배추가 필요하다
- 더 많은 수확량을 원한다
- 배추 재배에 어느 정도 경험이 있다
가격적인 측면에서 보면, 가을배추가 경제적입니다. 같은 면적에서 봄배추보다 20-30% 더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고, 김장김치로 오래 먹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봄배추는 5-6월에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식감과 단맛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두 계절 모두 배추를 재배하는 걸 추천합니다.봄에는 봄배추로 겉절이를 만들어 먹고, 가을에는 가을배추로 김장을 담그면 일 년 내내 제철 배추를 즐길 수 있거든요. 재배 난이도는 봄배추가 약간 더 쉽습니다.생육 기간이 짧고, 병충해도 상대적으로 적어요. 반면 가을배추는 생육 기간이 길고, 초기 더위와 후반 추위를 모두 견뎌야 하며, 벌레도 많습니다.특히 배추벌레와 진딧물은 가을배추의 단골 손님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수확의 기쁨도 크고, 직접 기른 배추로 김치를 담갔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이제 여러분의 선택은? 봄배추로 빠르게 성취감을 느낄지, 가을배추로 오래도록 즐길지. 어느 쪽을 선택하든, 기본 원칙만 지키면 실패할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직접 키운 배추로 만든 음식의 맛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는 사실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