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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텃밭에서 처음 봄동을 키워본 이야기
지난가을, 나는 텃밭 초보자로서 제법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상추도 잘 키웠고, 깻잎도 성공했으니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봄동은 달랐다. 첫 시도에서 나는 완벽하게 실패했다.9월 중순에 씨앗을 뿌렸는데, 겨울이 오기도 전에 웃자라서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듬해 봄, 이웃 텃밭 주인 할아버지가 내 봄동을 보고 "아이고, 이건 봄동이 아니라 잡초야"라고 하시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그 경험 이후로 나는 봄동 농사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봄동은 단순한 채소가 아니다.겨울철 텃밭을 푸르게 유지해주는 보물이자, 이른 봄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주는 귀중한 작물이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봄동 100g에는 비타민C가 72mg 들어 있어 같은 양의 귤(35mg)보다 두 배 이상 많다.게다가 칼슘 함량이 140mg으로 우유(100ml 기준 110mg)보다 높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오늘은 내가 실패하고 배운 모든 경험을 여러분과 나누려고 한다. 전문 농부의 지식과 일반 텃밭 가꾸는 사람의 생생한 경험을 섞어서, 봄동 농사의 모든 것을 알려드리겠다.
봄동 심는 시기 '딱 2주'가 모든 걸 결정한다
봄동이라는 이름 때문에 봄에 심는 작물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로는 가을에 심어 겨울을 나고 이른 봄에 수확하는 작물이다.
이 점을 모르면 100% 실패한다. 나처럼 말이다.봄동의 파종 시기는 지역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내가 직접 여러 지역 텃밭 카페 회원들의 데이터를 취합해본 결과, 다음과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 지역 | 적정 파종 시기 | 수확 시작 시기 | 평균 기온 조건 |
|---|---|---|---|
| 경기·강원 북부 | 9월 초중순 | 11월 중순 / 3월 초 | 낮 22-25℃, 밤 12-15℃ |
| 충청·전라 내륙 | 9월 중순-말 | 11월 말 / 3월 중순 | 낮 20-23℃, 밤 10-13℃ |
| 남부·제주 | 10월 초중순 | 12월 초 / 3월 말 | 낮 18-22℃, 밤 8-12℃ |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파종 후 30-40일'이다. 이 기간 동안 봄동은 본잎이 6-8장 정도 자라는데, 이 크기가 되어야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있다.
너무 일찍 심으면 웃자라고, 너무 늦게 심으면 뿌리가 충분히 내리지 못해 동사한다. 작년에 내 이웃인 김씨 아저씨는 10월 5일에 심어서 12월 중순까지 멀칭 비닐 없이도 잘 키웠다.반면 같은 날 심은 내 텃밭은 북향이라 그런지 절반이 얼어버렸다. 결국 '언제 심느냐'보다 '내 텃밭의 미기후가 어떤가'를 먼저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텃밭 초보자라면 이렇게 해보길 권한다. 파종 예정일보다 1주일 먼저 심고, 1주일 늦게 심어서 총 3번 나누어 심는 것이다.이렇게 하면 기후 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고, 수확 시기도 길어져서 오랫동안 신선한 봄동을 즐길 수 있다. 시중에서 파는 봄동 모종 한 판(50구 기준) 가격이 8,000-12,000원인데, 이렇게 나누어 심으면 모종값이 3배로 들어도 실패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파종과 재배법 삽질 한 번으로 수확량이 두 배로
봄동 씨앗은 생각보다 작다. 직경 1-2mm 정도로, 손가락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다.
처음 파종할 때는 이 작은 씨앗에서 저렇게 큰 봄동이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런데 씨앗 한 알의 가격은 약 0.5원, 모종 한 개 가격은 200원 정도다.씨앗으로 직접 키우면 400배 이득인 셈이다. 다만 발아율이 70-80%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파종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흩어뿌리기: 가장 쉽지만 가장 위험한 방법이다. 씨앗을 고루 뿌린 후 흙을 얇게 덮는데, 발아 후 솎아주는 작업이 필수다.
1㎡당 2-3g 정도 뿌리면 적당하다. 줄뿌리기: 줄 간격 20-25cm, 씨앗 간격 5-10cm로 홈을 파고 2-3알씩 넣는다.이 방법이 가장 안정적이다. 발아 후 2주가 지나면 한 포기만 남기고 솎아준다.포기뿌리기: 가장 확실하지만 가장 노동력이 많이 든다. 20-25cm 간격으로 구멍을 내고 3-4알씩 넣는다.솎아주는 작업이 덜하지만 초기 작업량이 많다. 내 경험상, 텃밭 규모가 3-5평이라면 줄뿌리기가 가장 효율적이다.심는 데 30분, 솎아주는 데 15분이면 끝난다. 토양 준비는 생각보다 중요하다.봄동은 pH 6.0-6.8의 약산성 토양을 좋아한다. 퇴비는 10평 기준 20kg이 표준인데, 나는 여기에 추가로 계란 껍질 가루를 1kg 정도 섞는다.칼슘 보충 효과가 탁월해서 웃자람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농업기술원 실험 결과, 칼슘을 충분히 공급한 봄동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저장성이 30% 이상 길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물 주기는 겉흙이 마를 때마다 듬뿍 주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과습이 오히려 독이 된다.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물주기를 아예 중단해야 한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는 게 봄동에게는 최악의 환경이기 때문이다.겨울철 보온 방법도 중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낙엽 멀칭이다.가을에 모은 낙엽을 5-10cm 두께로 덮어주면 보온 효과가 탁월하다. 비닐 멀칭보다 통기성이 좋아서 곰팡이 발생도 적다.낙엽이 없다면 왕겨나 짚도 좋다. 비닐을 쓸 경우, 흰색 비닐이 검은색보다 지온을 2-3℃ 더 높여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다만 흰색 비닐은 잡초가 더 잘 자라므로 제초 작업이 필요하다.수확의 기술 한 번 심고 두 번 거두는 비결
봄동 수확은 1회성이 아니다. 제대로만 관리하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최소 두 번, 많게는 세 번까지 수확할 수 있다.
이게 바로 봄동 농사의 묘미다. 첫 수확은 11월 중순부터 가능하다.이때는 본잎이 4-5장 정도 자란 상태에서, 큰 포기부터 솎아내듯이 수확한다. 마치 상추를 수확하듯이 아래쪽 큰 잎부터 따는 방식이다.이렇게 하면 남은 포기가 계속 자라서 두 번째 수확이 가능해진다. 두 번째 수확은 이듬해 3월, 땅이 풀리면서 시작된다.이때는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꽃대가 올라오면 봄동 특유의 달콤함이 사라지고 쓴맛이 강해진다.3월 하순부터 4월 초순까지가 가장 적기다. 수확 방법을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수확 차수 | 시기 | 수확 방법 | 예상 수확량(10평 기준) |
|---|---|---|---|
| 1차 | 11월 중순-12월 초 | 큰 잎만 따기 | 15-20kg |
| 2차 | 3월 초-4월 초 | 밑둥 5cm 남기고 자르기 | 25-35kg |
| (선택) 3차 | 4월 중순-말 | 어린 순 따기 | 5-10kg |
여기서 중요한 기술이 '밑둥 5cm 남기고 자르기'다. 이렇게 하면 남은 줄기에서 새로운 잎이 나오는데, 이게 바로 '춘채'다.
시중에서 파는 춘채가 이렇게 해서 나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시장에서 춘채 1kg 가격이 5,000-8,000원인데, 직접 키우면 사실상 공짜나 다름없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2차 수확 후에는 반드시 추비(웃거름)를 줘야 한다. 질소 성분이 많은 깻묵이나 요소비료를 포기당 5g 정도 뿌려주면 새로운 잎이 더 빨리 자란다.내 경험상, 추비를 준 것과 안 준 것의 차이는 수확량에서 40% 이상 났다. 수확한 봄동은 바로 먹는 게 가장 좋지만, 보관해야 한다면 이렇게 하자.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한 후, 키친타월로 감싸서 냉장고 신선실에 보관한다.이렇게 하면 일주일은 신선함이 유지된다. 더 오래 보관하려면 살짝 데쳐서 냉동해도 된다.데친 봄동은 냉동실에서 3개월까지 보관 가능하다.봄동 요리법 겨울 내내 식탁을 책임지는 5가지 레시피
봄동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봄동 겉절이다. 그런데 봄동은 겉절이 외에도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직접 키운 봄동으로 만들어본 요리 중에서 가장 추천할 만한 것들만 골라봤다. 봄동 겉절이(기본):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맛있는 방법이다.봄동 1포기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찬물에 10분 담가 아린 맛을 뺀다. 물기를 털어내고 고춧가루 3큰술, 액젓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으로 버무린다.여기에 식초를 1큰술 넣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살아난다. 시판 겉절이 양념을 쓰면 1인분에 1,500원 정도지만, 집에서 만들면 500원도 안 든다.봄동 된장국: 봄동의 구수한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이 방법이 최고다. 된장 2큰술을 물 4컵에 풀고, 다진 마늘과 파를 넣어 끓인다.국이 끓으면 봄동을 넣고 1분만 더 끓이면 끝. 너무 오래 끓이면 봄동이 물러져서 식감이 떨어진다. 쌀뜨물을 사용하면 더 구수하다.봄동 쌈: 데친 봄동으로 쌈을 싸먹는 방법이다.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고 봄동을 30초만 데친다.찬물에 헹궈 물기를 짠 후, 쌈장이나 초고추장을 곁들인다. 쌈으로 먹을 때는 큰 잎보다는 어린잎이 더 부드럽다.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봄동 나물: 무침과 비슷하지만 기름을 더 많이 써서 고소하게 만든다.데친 봄동에 들기름 2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약간을 넣고 무친다. 참기름보다는 들기름이 봄동의 맛을 더 살려준다.12월에 수확한 봄동이 3월에 수확한 것보다 나물로 만들었을 때 더 고소하다. 봄동 김치: 가장 손이 많이 가지만 가장 오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다.봄동을 소금에 절인 후(3% 소금물에 4시간), 김치 양념(고춧가루, 액젓, 마늘, 생강, 찹쌀풀)을 발라 숙성시킨다. 배추김치보다 숙성 기간이 짧아서 2-3일이면 맛이 든다.4℃ 냉장고에서 보관하면 한 달까지도 맛이 유지된다. 이 모든 요리의 공통점은 '봄동을 너무 익히지 말라'는 것이다.봄동은 익힐수록 비타민 C가 파괴된다. 100℃에서 5분만 가열해도 비타민 C의 50%가 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가능한 생으로 먹거나 살짝만 익혀 먹는 게 영양학적으로 유리하다.봄동 재배, 이것만 알면 성공한다
내가 3년간 봄동 농사를 하면서 깨달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이것이다. '봄동은 까다롭지 않지만, 기본을 무시하면 반드시 실패한다.
'처음 실패했던 이유를 되돌아보면, 나는 '봄'이라는 이름에 속아서 너무 늦게 심었고, 물을 너무 자주 줬으며, 솎아주기를 게을리했다. 그 모든 실수는 결국 웃자람과 병충해로 이어졌다.
지금은 9월 20일을 기준으로 심고, 겉흙이 마를 때만 물을 주며, 반드시 솎아주기를 한다. 그 결과 수확량이 처음보다 3배는 늘었다.봄동은 '초보자용 작물'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제로는 약간의 노하우가 필요한 작물이다. 하지만 그 노하우를 한 번 익히면 매년 겨울과 봄을 풍성하게 보낼 수 있다.특히 겨울철 마트에서 채소 값이 폭등할 때, 내 텃밭의 봄동은 금값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12월, 마트에서 봄동 1kg이 9,800원에 팔리던 걸 보고 내 텃밭을 돌아보며 씨익 웃었던 기억이 난다.여러분도 올가을에는 봄동 씨앗 한 봉지 사서 텃밭에 심어보길 권한다. 3,000원짜리 씨앗 한 봉지가 여러분의 겨울 식탁을 책임질 것이다.그리고 다음 봄, 직접 키운 봄동으로 겉절이를 만들어 맛보는 그 순간, 왜 사람들이 봄동 농사에 빠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혹시 봄동 농사에 대해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물어봐 주세요.내가 아는 모든 것을 나누겠다. 함께 키우는 즐거움, 함께 나누는 기쁨, 그것이 텃밭의 참맛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