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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왜 유독 키우기 까다롭다고 느껴질까?
지난주 텃밭에 다녀온 이웃 할아버지가 하시던 말씀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시금치가 꼬랑지 올라서 다 버렸어." 3월 초에 뿌렸는데 꽃이 피고 줄기만 억세게 자라더라는 얘기였다.
우리 집 베란다 텃밭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 봄, 나도 같은 실수를 저질렀다.파종 시기를 놓치면 시금치는 순식간에 쓴맛을 내뿜는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시금치는 장일식물이다.
해가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꽃대가 올라오도록 유전자가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봄에 심을 때는 해가 점점 길어지는 시기라 타이밍이 중요하다.하루라도 늦으면 추대(꽃대 올림) 확률이 급등한다. 농촌진흥청의 2023년 연구 자료를 보면, 3월 중순 이후 파종한 시금치는 4월 초에 심은 것보다 추대율이 40% 이상 높아진다.이게 단순히 맛 문제가 아니다. 꽃대가 오른 시금치는 식감이 질겨지고, 옥살산 함량이 급증해 건강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실제로 내가 작년에 저지른 실수를 돌아보면, 4월 5일에 씨앗을 뿌렸다. 그해 봄은 유난히 일찍 더워졌고, 5월 중순이 되자 시금치가 무려 20cm 높이로 꽃대를 올렸다.수확은커녕 전량 폐기했다. 500원짜리 씨앗 한 봉지가 아까운 게 아니라, 2달 가까이 공들인 정성이 허사가 된 게 속상했다.시금치 파종의 핵심은 단 하나다. 기온과 일조 시간의 조화다.시금치는 발아 적온이 15-20도다. 너무 덥거나 추우면 발아율이 떨어진다.특히 25도 이상 올라가면 씨앗이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반대로 5도 이하에서는 발아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파종 시기 | 적정 기온 | 발아 소요일 | 추대 위험도 | 수확까지 기간 |
|---|---|---|---|---|
| 봄(2월하순-3월중순) | 10-20도 | 7-10일 | 중간 | 40-50일 |
| 가을(9월초-10월중순) | 15-20도 | 5-8일 | 낮음 | 30-40일 |
| 월동(10월말-11월초) | 0-10도 | 15-20일 | 매우 낮음 | 120-150일 |
| 늦봄(4월 이후) | 20-25도 | 10-14일 | 높음 | 25-35일 |
내 경험상 가장 안정적인 시기는 가을이다. 해가 짧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추대를 억제해 주고, 낮과 밤의 일교차가 커서 당도가 높아진다.
시금치가 제 맛을 내는 조건이 바로 이 시기에 갖춰진다. 반대로 가장 실패하기 쉬운 시기는 늦봄이다.4월 이후 파종은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이제 각 시기별로 구체적인 파종 방법을 살펴보자. 봄 파종은 왜 실패하기 쉬운지, 가을 파종은 어떤 품종을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겨울에도 시금치를 먹을 수 있는 월동 파종의 비밀을 하나씩 풀어보겠다.봄 시금치, 2주 차이로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봄 시금치는 말 그대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가 황금기인데, 이 시기를 놓치면 여지없이 꽃대가 올라온다.
지난해 우리 동네 텃밭 커뮤니티에서 한 회원이 3월 20일에 씨를 뿌렸다가 낭패를 봤다. 같은 품종, 같은 토양인데도 3월 5일에 심은 내 것과 결과가 완전히 달랐다.내 시금치는 부드럽고 단맛이 났지만, 그의 것은 씁쓸하고 질겼다. 봄 파종의 첫 번째 관문은 씨앗 선택이다.내한성이 강한 품종을 골라야 한다. 대표적으로 '왕고냉이', '봄바람', '섬초' 등이 있다.특히 '왕고냉이'는 0도 안팎의 저온에서도 발아율이 80%를 넘는다. 씨앗 뒷면의 파종 적기를 반드시 확인하라. '춘파용' 또는 '봄파종'이라고 명시된 제품이 따로 있다.가을용 품종을 봄에 심으면 거의 100% 추대한다. 두 번째는 파종 깊이다.시금치 씨앗은 얕게 심어야 한다. 1-1.5cm 깊이가 적당하다.2cm 이상 깊게 심으면 발아율이 3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왜일까? 시금치 씨앗은 작아서 자체 에너지가 부족하다.흙을 너무 많이 덮으면 떡잎이 지표면을 뚫고 나오는 데 실패한다. 실제로 텃밭에서 재배할 때는 1cm 간격으로 씨앗을 뿌리고, 그 위에 마사토나 질석 같은 배수성 좋은 흙을 얇게 덮어준다.그리고 충분히 물을 준다. 씨앗이 물을 머금고 부풀어 오르는 과정이 발아의 첫 단계다.| 봄 파종 세부 지표 | 수치/방법 | 중요도 | 실패 시 현상 |
|---|---|---|---|
| 적정 파종 깊이 | 1-1.5cm | ★★★★★ | 발아 불량 |
| 파종 후 첫 물주기 | 하루 2회(분무) | ★★★★ | 건조로 발아 중단 |
| 발아 후 솎아내기 | 5-7cm 간격 | ★★★★ | 웃자람 병 발생 |
| 비료 주기 | 질소 위주(요소 0.5%) | ★★★ | 생육 정체 |
| 수확 적기 | 잎 6-8매 | ★★★★★ | 추대 위험 |
세 번째 팁은 물 관리다. 봄은 건조한 계절이다.
파종 후 3-5일간은 하루에 두 번씩 분무기로 물을 뿌려줘야 한다. 흙 표면이 마르면 씨앗이 발아를 포기한다.하지만 너무 많이 주면 곰팡이 병이 생길 수 있다. 이상적인 방법은 신문지나 부직포를 덮어 수분을 유지하는 것이다.싹이 나오면 바로 제거해 준다. 네 번째, 봄 시금치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너무 빨리 수확하는 것이다.보통 씨앗을 뿌린 후 40-50일이 지나야 제대로 된 크기가 된다. 그런데 많은 초보 정원사가 잎이 4장만 나와도 수확해 버린다.그 시금치는 아직 어린잎이라 맛이 덜 들었다. 최소 잎이 6장 이상, 길이가 15cm 정도 자랐을 때 수확하자.봄 시금치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신선함이다.
대형마트에서 파는 중국산 냉동 시금치와 비교할 수 없다. 텃밭에서 직접 뽑은 시금치는 흙 내음이 물씬 나고, 줄기를 자르면 붉은 즙이 맺힌다.이 즙에는 철분이 풍부하다. 그런데 봄 시금치의 가장 큰 단점은 짧은 수확 기간이다.2주 안에 모든 것을 수확해야 한다. 그 이후에는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그래서 나는 봄에는 1주 간격으로 3번에 나눠 파종한다. 2월 말, 3월 초, 3월 중순 이렇게. 그러면 수확 시기가 분산되어 6주 동안 꾸준히 시금치를 먹을 수 있다.봄 파종이 끝나면 이제 가을을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가을 시금치는 봄과 완전히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온도가 내려가는 시기라 발아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품종 선택도 달라져야 한다.가을 시금치, 이 품종만 고르면 반은 성공
가을 시금치는 고급 요리의 재료 같은 존재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클수록 당도가 올라가고 식감이 아삭해진다.
시중에서 파는 시금치 중 가장 맛있는 것이 가을 시금치다. 그런데 가을 파종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특히 9월 초에 심을지, 10월 초에 심을지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작년 가을, 나는 두 가지 실험을 해봤다.9월 10일에 한 줄, 10월 5일에 한 줄을 심었다. 같은 '왕고냉이' 품종이었다.결과는 놀라웠다. 9월에 심은 것은 11월 초에 수확했는데, 잎이 크고 진한 녹색이었다.10월에 심은 것은 12월 초에 수확했는데, 잎이 약간 작았지만 단맛이 훨씬 강했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늦가을의 영향이었다.가을 시금치의 핵심은 품종 선택이다. 가을용 시금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추파용'과 '월동용'이다. 추파용은 9월 초에서 10월 중순까지 심어서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수확하는 품종이다.대표적으로 '겨울왕', '왕고냉이', '백록' 등이 있다. 이 품종들은 내한성이 강하고 추대가 늦다.반면 월동용은 10월 말 이후에 심어서 이듬해 봄에 수확하는 품종이다. '동한', '설향' 같은 품종이 있다.| 가을 파종 품종 비교 | 추대 저항성 | 내한성 | 수확 시기 | 당도(브릭스) | 재배 난이도 |
|---|---|---|---|---|---|
| 겨울왕 | 매우 강함 | 강함 | 11-12월 | 5.2 | 쉬움 |
| 왕고냉이 | 강함 | 중간 | 10-11월 | 4.8 | 보통 |
| 백록 | 중간 | 약함 | 9-10월 | 4.5 | 어려움 |
| 동한 | 매우 강함 | 매우 강함 | 2-3월 | 5.5 | 보통 |
| 설향 | 강함 | 강함 | 1-2월 | 5.0 | 쉬움 |
품종 선택이 끝났으면 이제 파종 깊이와 간격을 고민할 차례다. 가을은 봄보다 기온이 안정적이어서 발아율이 높다.
하지만 9월 초에는 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를 수 있다. 이때는 차광막을 설치하거나, 오후 4시 이후에 파종하는 게 좋다.씨앗이 뜨거운 흙에 닿으면 발아율이 급감한다. 파종 깊이는 봄과 마찬가지로 1-1.5cm다.하지만 가을에는 줄 간격을 넓게 잡아야 한다. 가을 시금치는 봄보다 생육 기간이 길어서 잎이 더 커진다.줄 간격 20cm, 포기 간격 10cm가 적당하다. 너무 좁게 심으면 잎이 서로 그늘을 만들어 통풍이 안 되고, 병충해가 생기기 쉽다.물 관리도 다르다. 가을에는 아침 이슬이 많고, 저녁에는 습도가 높아진다.따라서 물은 아침에만 주는 게 좋다. 저녁에 물을 주면 밤사이 습기가 차서 곰팡이병이 생길 수 있다.특히 10월 이후에는 비가 자주 오니 물 주는 횟수를 줄여야 한다. 흙이 마르지 않을 정도로만 유지하자.가을 시금치의 또 다른 장점은 병해충이 적다는 것이다.
봄에는 진딧물과 굼벵이가 문제지만, 가을에는 기온이 낮아져서 해충 활동이 줄어든다. 그래서 농약을 거의 치지 않아도 된다.유기농 재배자들에게 가을이 가장 좋은 시즌인 이유다. 내 경험상 가을 시금치를 처음 키우는 사람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파종 시기를 놓치는 것이다.10월 중순 이후에 심으면 기온이 너무 낮아져서 발아가 더디다. 늦어도 10월 15일 이전에는 파종을 마쳐야 한다.그래야 11월 중순부터 수확할 수 있다. 가을 파종이 끝나면 이제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그런데 겨울에도 시금치를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월동 파종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봄이나 가을처럼 쉽지 않지만, 성공했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된다.월동 시금치, 겨울에도 싱싱한 시금치를 먹는 비결
겨울 텃밭은 텅 비어 있다. 대부분의 작물은 얼어 죽고, 남은 건 마늘과 파 정도다.
그런데 눈 속에서도 자라는 시금치가 있다. 바로 월동 시금치다.작년 12월, 영하 10도까지 내려간 날에도 내 텃밭의 시금치는 멀쩡했다. 오히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더 달콤해졌다.월동 시금치의 원리는 간단하다. 시금치는 영하 5도까지는 견딜 수 있는 내한성을 가지고 있다.게다가 눈이 덮이면 보온 효과가 생겨 영하 15도까지도 버틴다. 단, 조건이 있다.뿌리가 충분히 내린 상태여야 한다. 그래서 월동 파종은 10월 말에서 11월 초에 해야 한다.너무 이르면 겨울이 오기 전에 꽃대가 올라오고, 너무 늦으면 뿌리가 내리지 못해 얼어 죽는다. 월동 시금치의 핵심 기술은 보온이다.나는 터널형 비닐하우스를 설치했다. PVC 파이프로 반원형 골격을 만들고, 그 위에 두꺼운 비닐을 씌웠다.밤에는 보온 덮개를 추가로 덮어준다. 이렇게 하면 외부 온도가 영하 10도일 때 내부는 영상 3-5도로 유지된다.비닐하우스가 없으면 짚이나 낙엽으로 두껍게 덮어도 된다.| 월동 시금치 관리법 | 방법 | 효과 | 실패 시 대책 |
|---|---|---|---|
| 보온 덮개 | 부직포 2중 덮기 | 영하 5도 방어 | 난방선 설치 |
| 배수 관리 | 두둑 높이 20cm | 습해 방지 | 배수로 정비 |
| 바람막이 | 북쪽에 차광막 | 찬바람 차단 | 방풍벽 설치 |
| 물 관리 | 2주에 1회 | 과습 방지 | 점적 관수 |
| 수확 방법 | 바깥 잎만 따기 | 지속 생육 | 전량 수확 금지 |
품종은 반드시 월동용을 선택해야 한다. '동한', '설향', '겨울왕' 같은 품종이 적합하다.
이 품종들은 영하 10도에서도 세포가 얼지 않도록 당분을 축적한다. 그래서 겨울 시금치가 유난히 단 이유다.봄용이나 가을용 품종을 월동용으로 심으면 100% 얼어 죽는다고 보면 된다. 월동 시금치의 발아는 느리다.11월에 심으면 발아까지 15-20일이 걸린다. 기온이 낮아서다.그래서 나는 10월 25일쯤에 파종한다. 그러면 11월 중순까지 발아가 완료되고, 12월 초가 되면 본잎이 4-5장 나온다.이 상태에서 겨울을 맞으면 안전하다. 겨울 동안 관리법은 특별하지 않다.물을 거의 주지 않는다. 겨울에는 증발량이 적고, 눈이나 비가 내리면 자연적으로 수분이 공급된다. 오히려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썩는다.나는 2주에 한 번, 날이 맑은 날 아침에만 물을 줬다. 또 하나 중요한 건 바람이다.겨울 바람은 시금치 잎을 말려 죽게 만든다. 바람이 많이 부는 지역이라면 바람막이를 설치해야 한다.나는 텃밭 북쪽에 1m 높이의 차광막을 세웠다. 이 간단한 조치로 시금치의 생존율이 30% 이상 높아졌다.월동 시금치의 수확은 2월부터 가능하다. 눈 속에서 파내는 시금치는 그야말로 보물이다.신선한 겨울 채소가 귀한 시기에, 직접 키운 시금치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른다. 맛은 단연 최고다.당도가 5.5 브릭스까지 올라간다. 일반 시금치가 3-4 브릭스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하지만 월동 시금치에도 위험이 있다.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칠 때다.작년 1월, 영하 18도까지 내려간 날이 있었다. 그날 밤, 나는 텃밭에 나가 부직포를 한 겹 더 덮어줬다.다행히 시금치는 무사했다. 하지만 그런 날이 며칠 지속되면 피해가 생길 수 있다.이런 경우를 대비해 예비 보온재를 준비해 두는 게 좋다. 이제 시금치 파종의 모든 시기를 살펴봤다.봄, 가을, 월동 각각의 장단점과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 스스로 선택할 차례다. 어떤 시기가 가장 적합할지, 어떤 품종을 선택할지 결정하는 건 독자의 몫이다.하지만 하나만 기억하자. 시금치 재배의 성공은 계획에서 시작된다. 미리 준비하고, 기후를 관찰하며,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가길 바란다.내년 봄, 당신의 텃밭에서 싱싱한 시금치가 자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