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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일구는 재미는 한 계절만 보고 끝나는 게 아니다. 5월, 날씨가 제법 따뜻해지면서 흙에서 올라오는 생명력이 손에 전해지는 시기다.
작년 5월, 나는 텃밭 고무장갑을 끼고 호미를 들었다. 봄내내 키운 모종들이 자리를 잡고, 이제 본격적으로 여름 수확을 준비해야 할 때였다.그런데 문제는 “5월에 심어도 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실제로 많은 작물이 4월에 심어야 제철이라고 말하지만, 5월에 심어도 충분히 늦지 않은 작물들이 꽤 있다.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자료를 보면 5월은 열매채소 모종을 본격적으로 아주 심기 하는 시기라고 한다. 여기서 ‘아주 심기’란, 미리 길러낸 모종을 텃밭에 최종적으로 옮겨심는 것을 말한다.5월에 심으면 가을까지 수확하는 작물을 고르는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생육기간이 긴 작물. 둘째, 더위에 강한 작물. 셋째, 수확을 계속할 수 있는 작물. 이 조건을 만족하는 작물 5가지를 경험과 데이터를 섞어 소개한다.당신이 텃밭 초보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으면 올해 수확 계획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상추 — 심는 시기를 분산하면 10월까지 수확 가능
상추는 모든 텃밭의 기본이다. 하지만 “상추는 봄에만 심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실제로 상추는 5월에 심어도 9-10월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비결은 간단하다.씨앗과 모종을 병행하고, 심는 시기를 2-3주 간격으로 나누는 것.작년 5월 초, 나는 상추 모종 20포기를 심었다. 동시에 씨앗을 직파한 구역도 만들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6월 중순부터 모종으로 심은 상추가 먼저 수확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7월부터는 씨앗으로 자란 상추가 뒤를 이었다.8월 폭염이 찾아왔을 때도 상추는 멀칭(비닐 덮개) 덕분에 뿌리가 시원하게 유지되어 계속 자랐다. 9월 초, 첫 서리 예보가 떴을 때도 상추는 여전히 싱싱했다.한 포기에서 15-20장씩 뜯어 먹어도 2주 후면 새 잎이 나왔다.| 구분 | 씨앗 직파 | 모종 심기 | 혼합 재배 |
|---|---|---|---|
| 심는 시기 | 5월 초-중순 | 5월 초-말까지 가능 | 4월-6월 분산 |
| 첫 수확까지 | 약 40-50일 | 약 25-30일 | 모종 20일, 씨앗 40일 |
| 가을 수확 한계 | 9월 말까지 | 10월 중순까지 | 10월 말까지 |
| 포기당 평균 수확량 | 300-400g | 400-500g | 500-700g |
| 병충해 저항성 | 중간 | 높음 | 높음 |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온도 관리다. 상추는 발아 온도가 15-20도가 적당하다.
5월 낮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씨앗이 제대로 발아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는 파종 후 3-5일 동안 신문지나 부직포로 덮어주면 발아율이 30% 이상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서울대 원예생명공학과, 2023). 상추 모종을 살 때는 4-5잎이 나온, 키 10cm 내외의 튼튼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가격은 보통 10포기에 3,000-5,000원 선이다. 저렴하지만 수확량을 생각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높은 작물이다.상추를 5월에 심으면 가을까지 수확하는 비결은 ‘고온기 차광’에 있다. 7-8월 한낮에 햇볕이 너무 강하면 상추 잎이 시들거나 쓴맛이 난다.이때는 차광망(50% 차광률)을 2-3시간 씌워주면 된다. 경험상 이 방법으로 쓴맛을 확 줄일 수 있었다.다음 작물은 이런 관리가 거의 필요 없는, 더 강한 작물이다.옥수수 — 6월까지 심어도 늦지 않은 이유
옥수수는 보통 4월에 심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5월에 심어도 9월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심지어 6월 초에 심어도 늦지 않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옥수수의 생육 특성 때문이다.옥수수는 발아부터 수확까지 평균 70-90일이 걸린다. 5월 중순에 심으면 8월 중순-9월 초에 수확할 수 있다.작년 5월 15일, 나는 옥수수 씨앗을 직파했다. 4월에 심은 옥수수와 비교하면 생육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 신기했다.이유는 간단하다. 5월의 기온이 4월보다 높아서 발아와 초기 생장이 빠르기 때문이다.실제로 4월에 심은 옥수수는 발아까지 10-14일 걸렸지만, 5월에 심은 것은 7-10일 만에 발아했다. 수확 시기는 4월 파종이 8월 초, 5월 파종이 8월 말-9월 초로 차이가 있었다.즉, 2주 정도 늦게 심었지만 수확 시기는 3-4주 차이로 좁혀졌다.| 항목 | 4월 파종 | 5월 파종 | 6월 파종 |
|---|---|---|---|
| 발아 소요일 | 10-14일 | 7-10일 | 5-7일 |
| 수확 시기 | 7월 말-8월 초 | 8월 말-9월 초 | 9월 중순-말 |
| 평균 알곡 무게(1개) | 250-300g | 280-320g | 220-260g |
| 당도(Brix) | 12-14 | 14-16 | 10-12 |
| 병해충 피해율 | 20-30% | 10-15% | 30-40% |
옥수수는 모종을 내서 심는 방법도 있다. 씨앗을 바로 심는 것보다 모종을 2-3주 먼저 키운 후 6월에 아주 심기 하면, 9월 중순까지 수확할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옥수수는 바람에 의한 수분(수정)이 중요한 작물이다.한 줄로만 심으면 수분율이 떨어져 알곡이 덜 채워질 수 있다. 최소 3-4줄로 블록 형태로 심어야 한다.이건 경험상 매우 중요하다. 작년에 나는 2줄로 심었더니 알곡이 60%만 채워져서 실망한 적이 있다.옥수수는 가을 수확을 목표로 한다면 6월 초까지 심어도 괜찮다. 하지만 6월 중순 이후에 심으면 가을 서리(보통 10월 중순) 전에 수확하기 어려울 수 있다.특히 우리나라 중부 지역은 10월 초에 첫 서리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5월에 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옥수수 씨앗은 100알 기준 3,000-5,000원으로 저렴하다. 10평 기준 50-70알 정도 심으면 가족이 먹기에 충분하다.옥수수 이야기만 하면 아쉽다. 다음 작물은 옥수수와 함께 심으면 토양 건강에 도움을 주는 작물이다.땅콩 — 5월 하순에 심어도 10월까지 수확하는 지혜
땅콩은 텃밭에서 가장 재미있는 작물 중 하나다. 꽃이 지면 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 열매를 맺는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땅콩은 언제 심어야 할까? 서울도시농업시민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땅콩은 5월 하순에 아주 심기 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한다. 이유는 땅콩이 발아하는 최저 온도가 15도 이상이기 때문이다.4월에 심으면 땅 온도가 낮아 씨앗이 썩을 위험이 크다. 작년 5월 25일, 나는 미리 발아시킨 땅콩 모종을 텃밭에 옮겨심었다.10포기 정도 심었는데, 9월 초부터 수확하기 시작했다. 10월 초까지 계속 수확할 수 있었다.한 포기에서 평균 30-50개의 땅콩이 나왔다. 생각보다 수확량이 많아서 놀랐다.땅콩은 모종을 내서 심는 것이 씨앗을 직파하는 것보다 안정적이다. 특히 5월 하순에 심으면 6월 초까지 생육 기간이 충분히 확보된다.| 구분 | 씨앗 직파(5월 초) | 모종 심기(5월 하순) | 모종 심기(6월 초) |
|---|---|---|---|
| 발아율 | 60-70% | 90-95% | 80-90% |
| 첫 수확까지 | 100-110일 | 90-100일 | 80-90일 |
| 포기당 평균 수확량 | 20-30개 | 30-50개 | 20-30개 |
| 알 크기 | 중간 | 큼 | 중간 |
| 가을 수확 한계 | 10월 초 | 10월 중순 | 10월 초 |
땅콩 재배의 핵심은 ‘북주기’ 작업이다. 꽃이 지고 난 후 7-10일 정도 지나면 줄기가 땅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때 흙을 북돋아 주어야 땅콩이 잘 자란다. 북주기를 하지 않으면 땅콩이 땅 위로 나와 녹색으로 변하거나, 썩는 경우가 발생한다.작년에 나는 이 작업을 게을리해서 20% 정도를 잃었다. 올해는 철저히 할 예정이다.땅콩은 생육 기간이 100-120일로 긴 편이다. 5월에 심으면 9-10월에 수확할 수 있다.가을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땅콩의 맛이 더 좋아지는 것도 장점이다. 땅콩 모종은 인터넷에서 10포기당 5,000-8,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씨앗은 100알 기준 3,000-5,000원이다. 초보자라면 모종을 추천한다.땅콩을 심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작물이 궁금해진다. 땅콩과 함께 심으면 좋은 작물, 혹은 땅콩과 비슷한 시기에 심는 작물이 무엇일까?잎들깨 — 씨앗 한 번 뿌리면 10월까지 뜯어 먹는 경제성
잎들깨는 텃밭에서 가장 경제적인 작물 중 하나다. 씨앗 한 번 뿌리면 5월부터 10월까지 계속해서 잎을 수확할 수 있다.
게다가 들깨는 병충해에도 강하고, 관리도 쉽다. 작년 5월 초, 나는 텃밭 한쪽에 잎들깨 씨앗을 뿌렸다.10cm 간격으로 20알 정도 심었다. 6월 초부터 잎을 따기 시작했는데, 10월까지 한 번도 끊기지 않고 수확할 수 있었다.놀라운 점은 수확량이다. 한 포기에서 평균 50-80장의 잎을 수확할 수 있다.20포기면 1,000-1,600장이다. 시장에서 잎들깨 한 팩(20장 내외)이 2,000-3,000원이니, 대략 20만 원 상당의 가치를 텃밭에서 얻은 셈이다.씨앗값이 3,000원도 안 되는 것을 생각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엄청나다.| 항목 | 씨앗 직파(5월 초) | 모종 심기(5월 말) | 씨앗 직파(6월 초) |
|---|---|---|---|
| 첫 수확까지 | 40-50일 | 20-30일 | 35-45일 |
| 포기당 월 수확량 | 15-20장 | 20-30장 | 10-15장 |
| 총 수확 기간 | 5월-10월(150일) | 6월-10월(120일) | 7월-10월(90일) |
| 병충해 저항성 | 높음 | 매우 높음 | 중간 |
| 종자 비용(100알) | 2,000-3,000원 | 5,000-8,000원(10포기) | 2,000-3,000원 |
잎들깨 재배에서 중요한 것은 ‘순 따주기’다. 꽃대가 올라오기 전에 윗부분을 잘라주면 옆가지가 많이 나와 수확량이 늘어난다.
작년에 나는 이 작업을 7월 중순에 한 번, 8월 중순에 한 번 했다. 그 결과 9월에도 잎이 계속 나왔다.만약 순을 따주지 않으면 8월 말부터 꽃이 피고 잎이 질겨져서 수확량이 급감한다. 잎들깨는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텃밭에 햇볕이 4-5시간만 들어도 충분하다. 이 점이 상추나 옥수수와 다른 점이다.또한 들깨는 토양을 가리지 않아서 초보자도 쉽게 키울 수 있다. 다만 배수가 잘 되는 흙이 좋다.물 빠짐이 나쁘면 뿌리가 썩을 수 있으니, 두둑을 높게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잎들깨는 가을까지 수확하려면 7월 이후에 비료를 한 번 더 줘야 한다.질소 비료보다는 칼리 비료(고토가리 등)를 추천한다. 칼리 비료는 잎을 두껍고 부드럽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10평 기준 1kg 정도면 충분하다. 가격은 5,000원 내외로 저렴하다.잎들깨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다음 작물은 잎들깨와 함께 심으면 멋진 조화를 이루는 작물이다.고추 — 5월에 심어도 10월까지 수확하는 매운 맛의 비밀
고추는 우리나라 텃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물 중 하나다. 하지만 “고추는 4월에 심어야 한다”는 말이 많아서 5월에 심는 것을 망설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고추는 5월 초-중순에 심어도 충분히 가을까지 수확할 수 있다. 오히려 4월에 심으면 늦서리(4월 하순-5월 초) 피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작년 5월 10일, 나는 고추 모종 10포기를 심었다. 4월에 심은 이웃 텃밭의 고추는 4월 하순 늦서리로 3포기가 죽었다.반면 내 고추는 5월에 심었기 때문에 서리 피해가 전혀 없었다. 6월 중순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고, 7월 초부터 수확했다.10월 중순까지 계속 수확할 수 있었다. 한 포기에서 평균 40-60개의 고추를 수확했다.이웃은 4월에 심었지만 서리 피해로 수확량이 30% 정도 줄었다.| 항목 | 4월 중순 심기 | 5월 초 심기 | 5월 중순 심기 |
|---|---|---|---|
| 서리 피해율 | 20-30% | 0-5% | 0% |
| 첫 수확 시기 | 6월 말 | 7월 초 | 7월 중순 |
| 포기당 수확량 | 50-70개 | 40-60개 | 30-50개 |
| 과실 크기 | 큼 | 중간-큼 | 중간 |
| 가을 수확 한계 | 10월 초 | 10월 중순 | 10월 말 |
고추는 5월에 심으면 7월부터 수확이 시작되지만, 8월 폭염 때 잠시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9월부터 다시 수확량이 늘어난다.
이 현상을 ‘고추의 두 번째 성장’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8월 하순-9월 초, 기온이 25도 내외로 떨어지면서 고추가 다시 활발하게 자라기 때문이다.실제로 작년 9월, 나는 8월보다 2배 많은 고추를 수확했다. 고추 모종을 고를 때는 줄기가 굵고, 잎이 진한 녹색인 것을 선택해야 한다.키가 너무 큰 모종(30cm 이상)은 뿌리 활착이 느릴 수 있으므로 20-25cm 크기가 적당하다. 가격은 10포기당 5,000-10,000원이다.품종에 따라 다르지만, ‘꽈리 고추’나 ‘청양 고추’가 수확량이 많고 가을까지 잘 자란다. 고추는 가을 수확을 목표로 한다면 5월 중순까지 심어도 괜찮다.하지만 5월 하순 이후에 심으면 10월까지 수확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중부 지역은 10월 초에 기온이 10도 아래로 떨어지면 고추 성장이 멈춘다.따라서 5월 초-중순이 가장 적당한 시기다. 고추를 심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게 된다.가을에 고추를 수확한 후, 그 자리에 무엇을 심을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텃밭은 5월에 시작해도 결코 늦지 않다. 오히려 5월은 땅이 제대로 데워지고, 작물이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되는 시기다.
상추, 옥수수, 땅콩, 잎들깨, 고추 이 5가지 작물은 5월에 심어도 가을까지 충분히 수확할 수 있는, 경험과 데이터로 입증된 작물들이다. 중요한 것은 심는 시기와 관리 방법이다.씨앗과 모종을 적절히 활용하고, 물주기와 비료 주기를 조절하면 누구나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다. 올해 5월, 텃밭에 호미를 들고 나가 보자. 흙을 만지고,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는 그 순간이 당신에게 가장 큰 보람을 줄 것이다.그리고 가을, 당신이 직접 키운 작물로 밥상을 차리는 날을 상상해 보라. 그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텃밭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